동아리 고문 선생님의 등장!
그 발소리가 들리기 조금 전, 세 사람은 영상의 첫 컷을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방과 후, 디지털 미디어 연구부의 테이블에는 간식 봉지와 메모지가 뒤섞여 있었다. 세 사람은 새 편집 앱으로 짧은 영상을 만들어보려던 참이었다.

첫 컷은 이거! 키라리, 한번 찍어봐.

레드, 손 좀 빼봐. 과자가 안 보이잖아!

두 분, 찍기 전에 영상에 뭘 넣을지도 정해야 해요.
네아는 촬영 순서를 적으려다 계획표의 오늘 날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 오늘 새 고문 선생님 오시는 날인데요?

오늘? 그걸 왜 이제 봤어!

잠깐, 레드! 과자 봉지부터 내려놔!
키라리가 레드의 팔을 툭 치려던 순간, 복도에서 구두 소리가 들렸다. 방 안의 시선이 문으로 쏠렸다.

미닫이문이 완전히 열렸다. 레드는 봉지를 든 손을 등 뒤로 숨길 틈도 없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디지털 미디어 연구부 고문을 맡게 됐어요. 촬영 중이었어요?

네! 과자는 촬영 소품이에요!

그건 아직 안 물어봤는데요.

레드, 네가 먼저 말했잖아!

아니, 그보다 저희 오늘 오시는 줄 몰랐어요.

방은 교장 선생님이 먼저 내주셨고, 담당 교사는 이제 정해졌어요. 놀랐죠? 하던 건 계속해요.

촬영한 거 검사하러 오신 건 아니죠?

검사하려고 온 건 아니에요. 뭘 만들어보려는지 먼저 들려줄래요?

새 AI 편집 앱이 자동으로 자막을 만든대요. 간식으로 30초 영상을 찍어보려고요.

어디까지 자동으로 해줘요?

말한 걸 자막으로 바꿔준대요. 얼마나 맞는지도 보고 싶어요.

그럼 자동 자막도 그대로 남겨봐요. 고친 버전이랑 비교해보면 재밌겠네요.

네, 제가 기록할게요. 계획표도 여기 있어요.
네아가 계획표를 돌려 보여주자 선생님의 손가락이 한 칸에서 멈췄다.


잠깐, 촬영 빼고는 거의 다 네아 이름이네요?

일단 제가 적어둔 거예요. 아직 셋이 정하진 못해서요.

지난번 마무리도 네아가 했지. 이번 대본은 내가 써볼게.

시로쨩, 편집이랑 자막은 내가 할게. 사진만 찍고 끝낼 뻔했네.

좋아요. 그럼 각자 맡을 칸은 자기 손으로 적어봐요.
세 사람은 계획표를 가운데 놓고 각자의 칸을 채웠다. 레드는 제 이름을 쓰고도 펜을 놓지 않았다.

시식 담당도 나!

언니, 과자 먹는 데 담당까지 있어요?

맛 기록까지 하면 되죠.

들었지? 선생님도 인정하셨다!

그럼 먹고 바로 써! 까먹기 전에.

저는 제품 이름 확인하고 일정 잡을게요. 올릴 날짜는 셋이 같이 정하고요.

학교에서 촬영 가능한 곳은 제가 확인해볼게요.
역할이 정해지자 레드는 대사를 쓰기 시작했다. 키라리는 간식 쪽으로 휴대폰을 맞추고, 네아는 계획표를 옆에 펼쳤다.


첫 대사 썼어. ‘바삭한데 끝은 짭짤해.’ 어때?

좋아요. 그런데 첫 번째랑 두 번째 과자 이름이 바뀌었어요.

아, 내가 놓쳤네. 고칠게.
과자 이름을 바로잡고 레드가 대사를 읽었다. 키라리는 그 장면을 찍어 편집 앱에 넣었다.

자동 자막 나왔다! …잠깐. ‘짭짤해’를 ‘짜증 나’라고 썼어!

내가 과자한테 왜 짜증을 내!

원본은 남겨뒀어요. 틀린 부분 표시할게요.

시로쨩, 자막은 내가 고칠게. 넌 일정 봐줘.

제품 이름도 고쳤어. 대사는 내가 다시 읽어볼게.

좋아요. 복도에서 찍을 수 있는지도 내일까지 확인해올게요.

그럼 선생님 할 일도 계획표에 적어야죠!

제가 적을게요.

잠깐, 선생님 일은 내가 적을게!

시로쨩, 펜 좀 내려놔. 내가 옆에서 확인할게!

…좋아요. 틀리면 바로 말할게요.
레드와 키라리, 선생님이 동아리방을 나섰다. 네아는 창가에 잠시 남아, 조금 전까지 북적이던 테이블을 바라봤다.

선생님이 오시고 나서, 우리 동아리도 진짜 시작된 것 같다. 다음엔 또 뭘 해볼까? 벌써 기대된다.
